여러분은 언제 어떻게 요트를 처음 타게 되었나요? 그때의 설레임을 기억하시나요?
아래는 올해 부산요트학교 초급반과 중급반을 통해 세일러가 되신 고수경님의 소감문입니다.
고수경님의 요트 입문을 축하하며 즐거운 세일링 활동 기원합니다. Welcome aboard!
요트를 배우려고 고민 중이신 분들이 있다면 지역 요트협회나 요트학교로 문의바랍니다. 고민은 재미있는 요트를 시작할 시간만 늦출뿐입니다.
Sailing is a sport for all, a sport for life!
저는 대전에서 33년째 살아온 1992년생 여성 고수경입니다. 바다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저에게 부산이라는 먼 도시에서 요트를 배우는 경험은 정말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요트를 배우러 오게 된 동기는 남자친구의 꿈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그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어볼 때면, 그는 현 직업과 전혀 관련 없는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바로 요트를 타고 세계를 항해하고 싶다는 것이었죠. 저도 그의 그런 열정에 요트를 함께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한 흥미가 많았던 저는 흔쾌히 수락은 했지만, 남자친구가 항해하는 그 배에 제가 함께 할 것이라는 상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건 저에게 너무 비현실적인 꿈이었으니까요.
초급반 수업 첫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벽부터 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초급 2일 과정 수업을 신청했는데, 1일차는 이론과 실습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날 실습은 육상에서 진행했습니다.
2일차에는 실제로 바다에 나갔습니다.
평소 주입식 교육에 익숙했던 저는 강사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열심히 듣고, 메모하며 외웠습니다.
해군을 전역한 남자친구는 요트 조작 방법을 이해하려고 애썼고, 저는 그저 외우는 데 집중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세일링에 대해 단시간에 이해하기가 참 어려웠고, 내일 당장 배를 타야 했으니까요. 배운 대로만 외운다면, 비록 이해는 못해도 배를 무사히 탈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자동차 면허도 외워서 땄거든요.
“크로스홀드 코스에서 택킹할 때 러더를 밀고 중간”, “세일이 펄럭이면 러더를 당기고 중간”
등 여러 가지를 머릿속에 되새기며 육지사람이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참 열심히도 외웠던 것 같습니다.
<편집자>참고 자료
사실 바다로 나가는 길에 정박해있던 큰 요트들에 부딪혀, 얼마일지도 모르는 배상료를 내지 않기 위해 절대로 그 쪽으로는 부딪히면 안된다는 걱정이 더 컸던 것도 같기도 합니다.
초급반에서는 두 사람이 한 딩기요트를 타더군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남자친구와 짝을 이루게 되었죠.
강사님의 말씀 중 인상 깊었던 말은 "연인끼리 오면 80% 이상이 싸운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사님은 저희가 높은 확률로 그 80%에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하셨겠지만, 의외로 저희는 그 20%에 속했습니다.
초급반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의 역할을 잘 수행하며 긴장된 순간에서도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바다에 나가면 당황스러운 순간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잘해보려 하지만 마음만큼 되지 않는 저희의 항해는 강사님의 불호령에 따라 긴장하고 허둥대기 바빴습니다.
강사님은 평소에는 재미있고 유쾌하시지만, 바다에서는 저희가 안전하게 항해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호랑이의 탈을 쓰신 듯 하였습니다. 그런 강사님의 모습은 저희에게 큰 안도감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항해시 운전자가 아닌 다른 한 사람도 역할을 충실히 해야 했습니다.
뱃머리에 앉아 배의 중심을 잘 잡아주며, 운전자가 당황하더라도 침착하게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날 저희 초급반의 세 팀은 무사히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희는 단순히 요트를 배우는 것을 넘어, 서로의 신뢰를 더욱 깊게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후 저희는 중급반 2일 수업을 두 번 더 들었습니다.
중급반부터는 혼자 배를 타게 되는데, 그건 저에게는 매우 외로운 일이었습니다.
배 안에서 말을 걸 사람도, 의지할 곳도 없었기 때문이죠. 처음 혼자 타봤을 때의 그 쓸쓸함은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혼자 타보고, 하루는 남자친구와 함께 배를 탔습니다. 초급반처럼요.
강사님도 제가 요트를 타며 외로워하는 것에 대해 신기해하셨지만, 그 이후로는 저도 실력이 늘기 위해 혼자서도 충분히 항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트를 배우면서 바다의 아름다움과 위엄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다에 나가면 넓은 수평선이 펼쳐지고, 바람이 불어오는 그 순간이면 속도도시원하리 만큼 빨라지니 정말 짜릿하고 황홀하더군요.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세일링을 하며 나가는 작은 요트 위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요트에서 바라보는 그 찬란한 색조의 하늘도 저에게 요트의 매력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초급반을 수료하고 대전으로 돌아온 후에는 여운이 오래 남다 못해 이런 생각들로 기세가 아주 등등해지기도 했었습니다. ‘내가 언젠가 무인도에 떨어진다면 돛과 돛대 그리고 배를 만들어서 세일링으로 무인도를 빠져 나올수 있겠다’ 라는 아주 깜찍한 상상을요.
저희는 ‘어드리프트’와 ‘트루 스피릿’이라는 영화를 인상 깊게 보았었습니다.
‘어드리프트’는 요트 모험을 떠나는 젊은 연인의 이야기이고,
‘트루 스피릿’은 10대 소녀가 최연소 단독 세계 일주 항해에 나서는 영화로 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이 두 영화는 저에게 부산요트학교를 다녀오기 전과 후의 시점을 바꿔 놓았습니다. 저희도 언젠가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요트를 타고 모험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지금처럼 요트에 대해 관심을 갖고, 부산요트학교에서 여름에는 딩기를, 겨울에는 크루즈를 하나씩 배우다 보면, 남자친구의 꿈을 함께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이 모여 저희의 꿈을 이루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작성자: 고수경 세일러
부산요트학교 초급반, 중급반 수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