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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요트 사상 처음 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태훈. 부산일보 DB |
수영만서 땀방울 '부산 사나이' 저력 부탁해
정말 기분이 좋구나. 런던올림픽 요트 국가대표가 4명인데 모두 부산 출신이라니 얼마나 기막히게 즐거운 이야기냐. 하지민, 이태훈, 그리고 박건우, 조성민. 너희들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불러보니 웃음이 절로 난다.
지민아, 10년 전 미국에서 열렸던 텍사스 옵티미스트 세계대회 생각이 나니? 그때 너는 꼴찌라는 창피를 당하는 바람에 눈물을 펑펑 쏟았지. 옆에서 지켜보기가 안쓰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이 녀석, 나중에 물건이 되겠는데'라는 마음도 들었단다. 어릴 때 네 체구는 평범했지만 아버지의 큰 덩치를 보고 종목을 레이저로 정했잖아. 체격이 좋은 선수가 유리한 종목이었기 때문이야.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그렇게 한 게 정말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 형이 운동하는 걸 보고 요트에 뛰어든 네가 이렇게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가 되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니?
요트대표 네 명이 모두 부산출신이라니
얼마나 기막히게 자랑스러운 일인지…
바람만 잘 맞는다면 메달도 가능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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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요트 사상 처음 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하지민. 부산일보 DB |
성민아, 너랑 친구들 5명을 데리고 주니어요트클럽을 처음 시작할 때가 생각나는구나. 너는 그때 초등학교 5학년이었지.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옆집 동생이 요트 한다고 구경왔다가 운동을 시작하게 됐지. 그런데 너보다 먼저 하던 애들은 다 그만두고 너만 남았구나. 네가 옵티미스트를 탈 때 외국 코치들이 다들 놀라던 모습이 생각나네. 그 종목은 물을 퍼내는 게 중요한데 네가 바가지로 물을 퍼내던 기술과 속도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엄청났어.
건우야, 해운대에서 태어나 해운대에서 초·중·고를 나오고 지금은 해운대구청 선수로 뛰고 있으니 너는 천생 해운대 사나이야.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요트장에 들어서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때 너는 정말 귀여운 어린이였어.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때 4등을 한 뒤 호주 유학을 다녀오겠다고 인사하러 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까지 나가고….
태훈아, 거제에서 배를 타던 네가 해운대구청에 온 지도 3년이 다 됐네. 다들 네게 기대가 크단다. 지난 6월 런던 대회서 11위를 차지하며 자신감도 붙었으니 바람만 잘 맞는다면 메달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을거야.
얘들아. 메달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또 해 보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후배들이 하면 되지 않겠니? 나는 그보다 너희들이 얼마나 즐겁게 배를 타고 오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수영만에서 선배, 후배들과 함께 배를 타며 울고 웃었던 순간을 생각하며 재미있는 대회를 경험하고 오기를 기대한다. 다들 건강 조심하고.
김정철 부산요트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