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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4

장영주|2024-02-06 11:23:21|조회수: 110

                                  책을 읽읍시다! 4

 

                                                                            나팔수 장영주

 

 “책을 읽을 겨를이 없다고 하는 자는 겨를이 있어도 책을 읽지 않는다.”(괴테)

 

  책을 읽는 습관도 전염된다

  박지원(朴趾源. 1737-1793)은 책의 기운에 대하여 이리 말했습 니다.

 “자제가 오만방탕해서 빈둥대며 멋대로 굴어 안 하는 짓이 없다가도 곁에 책 있는 사람이 있으면 주눅이 들어 일어나고 만다. 자제가 비록 총명하고 준수해도 책 읽기를 싫어하면 타고난 명민함이 소용없게 된다. 밭일하는 아낙네도 멀리서 책 읽는 소리가 들리면 마음이 기쁘다. 좋은 기운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습관은 전염됩니다. 그와 반대로 책을 읽지 않는 습관도 전염됩니다. 책을 읽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 선배 밑에서 자란 후배들은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됩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우리는 흔하게 보아서 잘 알고 있듯이 책을 읽지 않습니다. 사람은 말로 배우는 것보다 윗사람의 행동을 보고 배우는 것이 더 많습니다.

 

  “부부는 닮아 간다,”는 말이나 생쥐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신 또한 생쥐로 전락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말이 시사하듯 사람끼리도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면 서로가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받아 닮게 되듯 책 읽는 습관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난번에 뇌회로 수련에서 살펴보았듯이 어떤 사람과 함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뇌회로가 옆의 사람의 회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친구를 골라 사귀라고 이릅니다.

 

  우리 협회는 1979년에 창립한 뒤로 88올림픽을 마치고 7년이 지난 1995년까지 요트와 관련한 책이라고는 1975년에 동호인들끼리 나누어 보기 위해 등사본으로 제가 발간한 <요트교실> 한 권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요트에 관한 지식을 어디서 배울 수 있었겠습니까?

 

  책을 읽고 싶어도 책이 없어 읽을 수 없는 현상은 분명 비극입니다. 1995년에야 겨우 발전계획의 일환 사업으로 <...옵티미스트의 길잡이>, 1인승 요트에 관한 기술서로 레이져 클래스를 위주로 한 <야거리경전>2인승인 470클래스의 기술에 중점을 둔 <470의 정상이 보인다>를 펴내게 된 것입니다. 그 뒤로 16년이 흐르도록 2011년까지 세일링경기의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기술서적 한 권을 발행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참으로 웃픈 일은 앞에서 든 세 권의 책은 금세 다 팔려 나갔습니다. 책마다 일천 권씩 발간했는데.... 새내기들이 그 책을 주문하자 사무국에서는 정가 만 원의 책을 만오천 원을 주고 복사해서 만 원에 팔곤 했습니다. 정상적인 머리를 가진 집행부라면 마땅히 재판을 발간했을 것입니다. 그 책에 대해 뜻있는 후학들이 28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야 재판을 내겠다기에 제가 손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초기에 입문했던 이들은 <요트교실> 등사본 한 권에 의지해서 선수 생활을 했고 세월 따라 지도자 노릇을 하다가 지금은 다들 은퇴했습니다. 선배들이 책이 없어 책을 읽을 수 없는 환경이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책을 멀리하는 기운이 퍼져 후배들도 다른 스포츠 종목처럼 책을 읽지 않고도 훈련만 열심히 하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이런 현상을 보다못해 늙은이들이 나섰겠습니까? 이대로는 단체가 쇠락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같이 했기 때문입니다. 집행부는 여러 번 바뀌어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아 그것을 해결하겠다는 일꾼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늙은이들이 “<요트도서편찬모임>”을 꾸려 돈을 모아 <...날쌔고 슬기롭게>를 연작으로 11권을 계획하여 그 가운데 일부를 펴냈지만 책을 읽지 않는 습관이 굳어져 있는 터라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렸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렇다고 뒤돌아설 수 없기에 저라도 이 못된 독서 기피증을 털어내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나팔수를 자청하게 되었습니다. 단체가 기강도 질서도 무너진 오합지졸이 되다 보니 위계질서마저 무너져 내린지라 선배의 말은 귓등으로 흘립니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듯 선배 없는 후배가 없는 법인데, 이렇듯 나쁜 풍조가 팽배하게 된 원인도 결국은 책을 기피했기 때문에 교양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선배를 업신여긴 자들은 절대로 후배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없다는 사살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수준을 아는 것은 더욱 분발하기 위한 절반의 성공입니다.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것은 개인이나 단체나 그 자체가 발목을 잡히는 처사입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히 자각해야 알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것은 오만입니다. 그러므로 겸손하지 않은 자는 절대로 배울 수 없습니다. “네 자신을 알라.”(소크라테스)의 말을 바꾸어 네 꼬라지를 알라.”고 하지 않습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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