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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6

장영주|2024-02-20 10:33:51|조회수: 104

                                          책을 읽읍시다!

                                                             

                                                                                      나팔수 장영주

 

  “입으로 글을 읽을 뿐 자기 마음으로는 이를 본받지 않고 또 몸으로 행하지 않는다면 책은 책대로 나는 나대로 있을 뿐이니 무슨 유익함이 있겠는가?”(이율곡 <격몽요결(擊蒙要訣)> 중에서)

 

  짬이 날 때마다 읽어라.

  일찍이 홍길주(洪吉周 1786-1841)는 자기 형님 홍석주(洪奭周 1774-1842)의 독서 습관에 대해 이리 설명했습니다. 좀 길지만 우리가 본받아야 하겠기에 인용합니다.

 

 “여천 선생(홍석주의 아호)이 젊어서 책을 읽을 때 날마다 분량을 정해 두었다. 그리고 일과 이외에 몇 권의 책을 한가할 때 나누어 읽었다. 예를 들어 어떤 책은 세수한 뒤에 호좌건(虎坐巾)을 얹을 때 본다. 또 어떤 책은 안채에 있을 때 속으로 외운다. 어떤 책은 베갯머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을 때 외우고 어떤 책은 잠자리에 들어 미처 잠들지 않았을 때 외운다. 모두 날마다 한두 쪽을 넘지 않았지만 달이 쌓여 해가 지나자 이미 너덧 질()의 책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본디의 일과와는 서로 방해되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약관(弱冠, 20)이 되기에 앞서 이미 고금을 널리 살필 수 있었다. 승지(承旨)와 각신(閣臣)이 되었을 때에도 한서(漢書)를 읽었다. 비록 하루 종일 공무를 보거나 임금을 모셔 밤 깊은 뒤에 퇴근해 돌아오더라도 반드시 등불 아래에서 책을 가져다가 몇쪽 읽은 뒤에서 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과는 하나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사정이 있었다고 거르게 되면 일이 없을 때도 또한 게을러지게 마련이다또 일찍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만큼 길게 한가한 때를 기다린 뒤에야 책을 편다면 평생 가도 책을 읽을 만한 시간은 없다. 비록 아주 바쁜 가운데에도 한 글자를 읽을 만한 틈만 있으면 문득 한 글자라도 읽는 것이 옳다 ”(여천은 벼슬이 좌의정까지 올랐다).

 

  습관은 겨레말로 버릇입니다. 책 읽는 버릇도 다른 버릇과 마찬가지로 가지가지인지라 백인백색일 것입니다. 우리는 앞에서 선현의 책 읽는 버릇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책은 작심하여 한꺼번에 읽으려 하지 말고 날마다 넘치지 않은 목표를 정해 두고 꾸준히 읽어 나가는 몸에 배인 독서여야 한다고 그는 가르쳐 줍니다.

 

  그래야 날마다 조금씩 쌓여 평생을 함께할 든든한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밥을 먹듯 잠을 자듯 틈이 나는 대로 꾸준히 조금씩 읽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작심하여 한 권을 통째로 읽을 시간을 기다리다 보면 결국 책 한 권을 다 읽지 못한 채 늙고 말 터이니 바쁜 가운데에서도 쪽짬을 내어 그때마다 조금씩 아껴 읽는 것이 달고 맛난 독서라는 것입니다.

 

  섣불리 의욕만 넘쳐 덤벼들다간 제 발에 제가 걸려 넘어집니다. 책 읽는 것도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문제의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기가 없이는 망발만 하게 됩니다. 책을 읽다가 잘 모르는 부분이 나타나면 책장을 덮어버리지 말고 열 번 백 번 읽으며 곱씹다 보면 그 뜻을 절로 깨치게 됩니다.

 

  책은 평상심으로 읽어야지 심술을 부리겠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심술이 삐뚤어집니다. 덮어놓고 큰소리치고 제 주장만 내세우려 들면 몹쓸 사람이 됩니다. 또 남에게 으스대며 자랑하려는 심보로 책을 읽으면 오만하고 건방져집니다. 그러므로 책은 늘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읽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선현의 독서 습관에서 눈여겨 배워야 할 점은 쪽짬을 이용한 독서 습관입니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짬이라도 나면 한 글자라도 읽는다는 자세가 몸에 배어 체질화가 되어야 합니다.

  

  이전에도 다른 글에서 언급했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생활에서도 쪽짬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할 때, 물가에서 바람을 기다릴 때도 책은 읽을 수 있습니다. 약속 장소에서 사람을 기다릴 때 또는 휴대폰에 꽂치는 시간이나 친구들과 농담 따 먹기나 하는 시간도 책 읽는 짬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저의 경험과 관찰한 바에 따르면 우리보다 일본 사람들의 독서열이 한결 높지 않나 싶습니다. 그에 관한 몇 가지 사례를 들어봅니다.

 

 ① 지금으로부터 40여 년도 더 되는 어느 날 저는 기차로 올림픽 유치신청서 작성을 위한 자료 조사차 부산을 가게 되었습니다. 저의 옆 좌석에 젊은 남녀 두 쌍이 타고 있었습니다. 남성 두 사람은 일본인이었는데 책을 읽고 있었고 두 여성은 한국인이었는데 신발을 벗은 채 남성들 의자에 발을 뻗치고 잠들어 있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았더니 책을 읽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 ② 1983년 일본 뱃부에서 아시안 리개터를 마치고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신칸센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찻간을 무심결에 둘러보았더니 손에 책을 들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한 분위기에서는 책을 읽지 않으면 주눅이 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전염된다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 ③ 1984년의 어느 날 일본요트협회 임원 한 분(이미 작고)이 저를 방문했습니다. 그가 일본에서 전철로 출퇴근하면서 책을 넣고 다니던 천으로 만든 손가방을 선물로 주고 갔습니다. 나중에 가방을 열어 보았더니 역시 자기가 쓰던 휴대용 전자계산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하찮은 선물이지만 그의 손때가 묻은 정감 어린 것이기에 고마운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그 손가방에는 외출할 때 책을 넣고 다니면서 짬이 나는 대로 읽으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 ④ 1986년에 후보선수들의 전지 훈련을 위해 후쿠오카에 내렸습니다. 거기서 훈련장이 있는 가라쓰까지는 기차로 한 시간 거리인데 일본 친구가 월간지, 주간지, 그리고 신문까지 한 아름을 가면서 읽으라고 차창으로 넣어 주더라구요.

 

   여러분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유심히 살펴보십시오. 승객 가운데 몇 퍼센트나 책을 읽고 있는지. 아마 책보다 휴대폰에 꽂혀 있는 사람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일본인들은 대체로 쪽짬을 이용하여 독서를 효율적으로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인들 생활하면서 어찌 쪽잠이 없겠습니까? 책을 읽을 뜻이 없을 뿐이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고 했는데 우리는 왜 길을 두고 한사코 메로 가려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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